[해람시론] '귀향'과 필리버스터 카타르시스

강대업 기자 | 기사입력 2016/02/29 [14:53]

[해람시론] '귀향'과 필리버스터 카타르시스

강대업 기자 | 입력 : 2016/02/29 [14:53]
▲ 브레이크뉴스강원 편집인 강대업

7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마음으로 후원한 제작기금이 모아져 14년만에 영화 ‘귀향’이 개봉됐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 국권을 침탈당한 나라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역사가 실제증언을 토대로 국내외에 제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제작비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더 큰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주지하는 대로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번 일본군 강제종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 끝에 결코 잊어서는 안될 아픈 역사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전쟁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런데 양국 간 ‘이 문제에 대해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그 발표 이후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라는 합의를 무시하고 심히 오연한 자세로 국내외 언론 홍보를 통해 공공연히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는 언행을 해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 옹색한 합의문에 스스로 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발언을 통해서 밝혀졌듯이 2016학년도 신학기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이미 그 이해할 수 없는 합의문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국제사회에서 자꾸만 자신들의 범죄행위가 언급되어 발목 잡히는 것을 원치 않기에 잊으려고 하는 심리를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피해당사국 우리 정부는 왜 그것을 그토록 감추려고만 하는가? 홀로코스트보다 더 참혹한 인권 유린, 그 선명한 피의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새로운 역사의 방향타를 잡고 전진하기를 진정 고민한다면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더 큰 것을 보아야 한다.


아픈 기억을 들추어 서로 흠집을 내자는 것이 아니다. 양국간 비뚤어진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일본의 향후 세대가 반인륜적인 전쟁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조선의 어린 소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전쟁터에서 몸을 팔았다는 억지를 믿는다면…….


우리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의 다시 짓밟히는 인권과 우리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어떻게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일 총리가 전쟁범죄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를 천명하는 깊은 뜻을 양국의 지도자들은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귀향’의 예매율 고공행진이 보여주는 국민정서를 정치권은 민감하게 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도 노구를 이끌고 해외로 나가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그 할머니들의 절박한 심정을 왜 외면하려는가? 이제 한 분 한 분 차마 눈을 못감고 세상을 떠나시는 님들의 아픔을 당연히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침묵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보더라도 그냥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하지 말라. 국회 방청석이 가득차 넘치고, 공중파 언론에서 하지 못하는 실황중계에 소수 언론이 나서고 핸드폰으로 밤새 시청하며 SNS로 전파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국회 속기록에 그 모든 발언들이 생생하게 기록되고 그 현장에서 어떤 의원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역사는 기록했다가 훗날 피드백해 줄 것이다. 왜 그 때 반응과 지금의 입장이 다르냐고 말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국이 되자 수많은 열다섯 열여섯 꽃다운 소녀들을 매일 강간했던 부끄러운 현장을 인멸하고 그들을 학살하고 불태우는 일본의 충격적인 만행도 이 영화는 증언하고 있다. 7만이 뜻을 모아 후원한 영화가 7백만, 7천만이 되고 세계의 정의를 아는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또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지지한다고 생각해 보라.


국가가 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이 나서지 않으면, 언론이 직필정론을 펼치지 않으면 결국 깨어 있는 백성들이 대신한다는 것을 새로운 역사가 또 다시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 왜곡된 역사를 풀지 못하면 얽히고 설킨 난마를 영원히 풀지 못하고 천추에 한을 남기게 될 것만 같다.


백성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대화와 토론 정치의 묘미를 발견한다. 참여 정치는 이런 것이구나. 대한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이었구나. 저렇게 민의가 국회에서 대변되고 있구나 하고 희열을 느낀다.


같은 맥락에서 ‘귀향’을 보는 국민이 한 사람 한 사람 늘어날 때마다 그 억울한 소녀들의 영혼이 하나씩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조정래 감독의 마음이 영혼 깊은 곳에서 공감을 준다.


전쟁이 빚어낸 힘없는 나라 백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한(恨), 이국 땅에서 절규하다 억울하게 스러져 간 수많은 어린 소녀들의 넋을 뒤늦게 나마 풀어내고, 짓밟힌 몸과 영혼을 씻어 형형색색의 나비가 되어 돌아오게 하는 카타르시스가 열화처럼 대한민국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박철호 16/02/29 [17:28]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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