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신도 안 된 치국의 속앓이

강대업 기자 | 기사입력 2016/03/10 [12:41]

[시론] 수신도 안 된 치국의 속앓이

강대업 기자 | 입력 : 2016/03/10 [12:41]
 
 ▲ 브레이크뉴스강원 편집인 강대업 
춘추시대 도척이라는 큰 도적의 우두머리 이야기가 장자 도척편에 가상 문답형식으로 전해온다. 물론 실천사상가 공자는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장자는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펼치기 위해 도척과 공자를 한 공간에 등장시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사람들에게 흉악한 도적 소리를 듣는 도척의 말을 통해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말만 지어내며 화려하게 치장하고 일도 안하면서 옳고 그름을 제멋대로 가려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무리를 더 큰 도적’이라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해치는 이는 작은 도적이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훔쳐 혼미하게 하는 이들이 더 무서운 도적이란 말이다.

 
장자는 또한 도척과 부하의 문답을 통해 도둑질하는 그 세계에도 도(道)가 있음을 설파한다. 담 너머 재물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을 성(誠), 무리에 앞장서 담을 넘는 것이 용(勇), 나올 때 맨 뒤에 있는 것이 의(義), 성사될지 안 될지 판단하는 지(智), 얻은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인(仁)이라 했다. 흉악한 도둑 무리 가운데도 나름의 도(道) 곧 질서와 예법이 있다 할진대 작금의 우리 사회와 정치의 현실을 보면 도척의 책망을 받기도 과분한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같은 당 안에서 폭로된 권력 암투의 추한 모습들과 여야를 막론하고 아집과 독선에 가득 찬 모습들을 보면 이들이 정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인가 할 말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테러방지법에 이어 사이버테러방지법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야당 모 국회의원의 핸드폰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통신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권력기관이 힘없는 국민인들 두려워할까?

 
예부터 흉년이 들고 역병이 돌면 군주까지 나서서 겸허한 마음으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사람이 죽고 다치면 최소한의 숙연한 마음과 예를 갖춰 사과를 표명하는 것이 도리일 텐데 오늘날은 그 기본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들이 법을 만들고 또 그 법을 집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선량한 국민은 법을 지키고 도를 행하려 애쓰는데 아집과 권력욕으로  도배한 얼굴들이 법과 도를 무시하고 국민 앞에 서서 앞뒤가 맞지 않는 오만한 말들을 쏟아낼 때 쓰는 말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속편한 셈법 같지만 선거의 표는 권모술수가 아니다. 추위에 하루하루 파지를 줍느라 고생하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오늘의 이 나라를 위해 지금까지 희생한 많은 분들 그리고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시민들도 늘 생각하고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를 아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 말과 행함이 한결같은 사람다운 사람…… 국민들은 바로 그런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백성을 자애롭게 돌보는 목민의 심성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동료와 국민을 적대시하는 속 좁은 정치인들만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혼탁해지는 선거법 위반 사례들과 내홍을 겪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수신(修身)도 안 된 사람들에게 치국(治國)을 맡겨야 되는 건 아닐까'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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