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묵직한 한 방

03/16 묵직한 한 방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3/16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묵직한 한 방

03/16 묵직한 한 방

최병석 | 입력 : 2024/03/16 [01:01]

 차해씨는 요즘 지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신입사원의 패기로 똘똘뭉쳐 아무 생각없이 견뎌내야 했던 회사생활이 벌써5년차에 접어 들었다.

그저 패기 하나로 여기까지 왔건만 그 패기라는 게 서서히 김 빠진 콜라가 되어가고있다.

차해씨의 고향은 저 아래 여수에 위치해있다.

차해씨는 시도 때도 없이 바닷바람에 길들여져 왔었다.

온마음과 생활이 짠내나는 냄새로 절여져 있었다.

힘이 들거나 지쳐도 그저 바다앞에만 나서면 등푸른 생선처럼 팔딱 거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청운의 꿈을 안고 바다 하고는 엄청 멀어진 곳까지 헤엄쳐 올라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생명연장을 위한 연어의 거슬러 오르는 숙명과도 같은 것?

여수에만 있다가는 그저 피둥거리는 생선에 지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실컷 짠내에 절여진 생선으로 머무르다가 잘 차려진 식탁메뉴의 일부로 일컬어지는 건 참기

어려운 행보라고나 할까?

차해씨의  몸과 생각에서 짠내의 흔적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었다

서울생활 이제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차해씨는 누가봐도 말끔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차해씨의 몸과 마음은 어쩐지 바다로 기울고만 있었다.

5년 동안 바다에 쏘이지 못한 몸과 마음에 곰팡이가 자리한 것처럼 퀴퀴하고 냄새가 올라온다.

겉으로는 말쑥한데 속사람은 오래된 생선이었다.

이래서는 안되었다.

차해씨가 생각을 바꾸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패기라는 기둥에만 매달려 있다가는 자칫 쓰러져 일어나기 힘들것 같았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란걸 만들어 보기로했다.

그런다음 하나씩 둘씩 그 리스트를 지워 나가는 재미를 느껴 보는 것.그 재미가 쏠쏠하다.

차해씨는 우선 실천가능한 사소한 일부터 리스트에 올려놓고 차근차근 지우고 또 지워나갔다.

무언가 일이 이루어진다.물밀듯 벅찬 꿈이 솟아 오른다.

바로 이때다.차해씨는 리스트에 기록된 <바닷바람에 흠뻑 적시기>를 지울 계획이다.

이 참에 오래된 생선같은 속사람의 모양까지 말끔하게 리후레쉬해 버리는 것이다.

우선은 생선 껍데기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비늘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리저리 손을 뻗어 혹시라도 다가설 공격에 대비하느라 엮어 놓았던 줄들을 끌어 당겼다.

길기도 하다.

차해씨는 앞으로 한달동안 그 줄들을 쉬게 할 참이다.

월차에 연차에 공휴일에 국경일까지 몽땅 동원했다.차해씨의 업무도 한달간의 공백을 위해

동료의 책상머리로 이사를 완료했다.홀가분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총각냄새나는 오피스텔의 한 가운데에서 차해씨는 이렇게 외쳤다."가자! 신선한 바닷바람에 흠뻑 빠져보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차해씨는 집을 나섰다.

 

차해씨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버킷리스트의 하나였던 <바닷바람에 흠뻑 적시기 >에 빨간 줄을 그었다.

그런데 그 밑에 또다른 리스트가 생겨났고 이런 제목이 빨갛게 만들어져 붙어 있었다.

<전기요금 갚아나가기>

 

차해씨가 바다로 향하며 집을 나설 때 총각냄새를 없앤다고 공조기버튼을 누른다는 게 난방

가동버튼을 잘못 눌렀다.

보일러는 하필 춥다고 올려놓은 24도에 맞춰져 있었고 차해씨가 집을 비운 한달내내 쉬지않고

가동을 거듭했던 것.

차해씨가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참으로 뜨거운 마중을 체험해야 했다.

후끈 반겨주는 방안의 더운 마중은 차해씨를 더욱 구차해지게 만드는 묵직한 한 방이었다.

▲ 겨울날 묵직한 한방은 이렇게 시원하면 곤란할테죠?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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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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