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시론] 청와대 국민청원에 부치는 글

강대업 기자 | 기사입력 2018/01/27 [01:14]

[해람시론] 청와대 국민청원에 부치는 글

강대업 기자 | 입력 : 2018/01/27 [01:14]

 

▲ 브레이크뉴스강원 편집인 강대업

신라 성덕왕 때 강릉태수 순정공과 그의 수로부인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온다.

 

순정공이 부인과 함께 임지로 가던 중 수로의 미색을 탐낸 동해 용왕이 부인을 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순정공에게 마을 원로들이 내놓은 방책은 중구삭금(衆口鑠金) 곧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것이었다. 절박한 처지의 순정공을 돕기 위해 나온 해변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막대기를 손에 들고 바닷가 모래 언덕을 치며 다함께 노래를 불렀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 놓아라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

 

배경설화와 함께 전해져 오는 해가(海歌)라는 이 노래는 촌로들의 말대로 쇠를 녹일 만했다. 민심이 천심임을 안 동해 용왕이 수로를 물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듯이 오늘날 우리가 함께 부르는 ‘해가’도 여전히 위력을 발하고 있다.

 

나라 잃은 분노를 의롭게 표출한 3.1 독립만세운동, 부정선거에 항거한 4.19 학생의거, 군부독재에 맞섰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면면한 흐름이 촛불혁명으로 타올라 부패한 정권을 물러나게 하고 오늘날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민초들의 열망에 부응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국정전반에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인본주의적 신념과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원칙주의’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광화문 시대를 천명하고 같은 맥락에서 실시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빛을 발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청원인 수가 한 달 안에 20만 명이 넘으면 관련 수석이나 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있고 청원이 정해진 수에 모자란다 해도 시급하거나 중요한 내용이라 판단되면 처리하겠다는 약속은 그만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짚어보고자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의 한 청원에 십 수만 명이 동의했지만 갑자기 삭제된 청원 건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동건 청원인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 1월 9일 전남 화순에서 발생해 연합뉴스 등 언론에 보도된 한 여성의 사망사건과 관련된 청원이라는 것이다.

 

말하는 사건의 배경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성교단에 속하지 않은 신흥교단 교인들을 개종 대상으로 삼아 이단상담소를 운영하는 목회자들의 제안을 따른 가족들이 대상자의 신체를 구속하고 종교적 신념을 강제로 바꾸기 위해 반종교적 반인권적인 강제개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27세라는 꽃다운 나이의 이 젊은 여성은 감금된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며 소리를 질렀고 가족이 그 입을 막다가 질식사 시킨 사건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동안 강제개종에 끌려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과 이러한 강제개종이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를 만들어 지금도 각계각층에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며칠 전 5.18민주화운동의 심장인 광주 금남로에선 이번 화순 사건의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행사가 열렸고 3만여 명의 인파가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반인륜적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강제개종관련자들을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이 사건을 계기로 ‘강제개종처벌법’을 만들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쇄도했던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인간다운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한 것이고 국민청원홈페이지를 개설한 중요한 목적도 바로 그러한 것이라 볼 때 십 수만 명의 국민이 함께 뜻을 모은 청원 건이 삭제된 것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적폐 청산에 함께 뜻을 모은 수많은 국민의 절박한 의사가 무슨 근거로 또 어떤 원칙에 의해 삭제되었는지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에 나가 위중한 교통사고를 당한 국민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을 급파하는 든든한 정부다. 화산 피해에 교통이 두절되어 발이 묶인 국민들을 수송하기 위해 먼 이국땅에 특별기를 보내 국격을 높이는 문재인 정부가 이제 스스로 정한 원칙을 무시하고, 청원 내용을 정부에 부담이 가는 특정한 종교적 사안으로 치부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만약 관련 수석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그런 조치가 취해졌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달라진다. 이해득실에 따라 원칙을 버린 꼴이 되고 현 정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국민의 바른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아픔을 몰라서는 안 되기에 가감 없이 사안은 보고돼야 하고 처리에 있어서도 눈가림이 없어야겠다.

 

살아온 발자취에서 삶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가? 그분이 지향하는 국가관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바와 같은 바로 ‘사람이 먼저’인 나라, 국민이 존중받는 나라, 공정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공평무사하게 대접받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고 믿는다.

 

문화 예술계를 필두로 각계에 드러나고 있는 블랙리스트에서 보았듯이 우리 국민은 여지껏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특정한 세력의 입맛에 따라 선택과 배제를 당하는 불이익을 당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누구보다 그러한 어려움을 겪어온 분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도 언론의 불공정한 대접을 받고 있기에 더욱 이러한 가치는 소중하고 절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날 광화문 광장에 나온 그 많은 국민들이 왜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가? 빼앗긴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해가’를 부르던 심정으로 혹한의 이 겨울 광주 금남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또 부르고 있는 이들에게도 그만한 절박한이유가 있지 않을까?

 

국내외 여러 가지 어렵고 중요한 문제와 또 남북이 하나 되어 평창 평화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먼저 국민의 뜻이 존중받고 그 삶의 가치와 생명이 보전될 때 더욱 한마음이 되리라 믿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올리는 글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