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화석정>의 작가 조현경 (1)

김철우 | 기사입력 2017/09/11 [15:24]

창작 뮤지컬 <화석정>의 작가 조현경 (1)

김철우 | 입력 : 2017/09/11 [15:24]
▲     ©김철우

 

1. 샘터 동화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 등단하셨는데 동화작가가 된 계기는

 

대학 때 학생 기자 활동을 하고 졸업하고 육아 전까지 잡지사 기자로 일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언젠가는 창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야말로 막연한 꿈이었던 것 같아요. 장르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습작해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샘터 동화상이 있었는데 매년 시상식 준비를 하면서 막연히 부러워하기만 했죠. 언젠가 글을 쓰면 동화를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긴 것도 그때였어요. 하지만 언제나 머릿속에는 이야깃거리들이 와글거렸지만, 실천에 옮긴 적 없이 게으름만 피웠죠. 아무 실천도 없이 꿈만 꾸었으니 그야말로 망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잡지사 생활을 하면서 한국 방송작가 협회 1기 생으로 드라마 작가 공부를 마쳤지만, 그 역시 언젠가는 도전해볼 수 있을까 정도였습니다. 결국, 결혼과 육아 전까지는 겨우 직장 생활만 했던 게으름뱅이였다고 할 수 있죠.

 

결혼하고 출산 전까지 잡지사에 근무했지만, 출산과 함께 그만두었습니다. 육아를 직접 하고 싶었거든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정말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읽어 주었다기보다는 읽은 셈이 된 거죠. 그림 동화책은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좋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던 생각이 구체적으로 동화라는 장르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할까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정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어요.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보고 공부한다는 생각에 짧은 동화를 한 편 썼고 여러 번의 수정 끝에 샘터 동화상에 응모했는데 당선작으로 뽑힌 거죠. 동화작가가 된다면 샘터를 통해서 등단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일단 이루고 시작한 셈이었어요. 덜컥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본격적인 동화 수업을 시작했고 그 후에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출간을 하게 된 거에요.

 

2. 동화라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전 생활동화보다는 판타지 동화나 그림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아주 좋은 그림 동화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동화는 쉽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남아공 책도 쓰고 잡지사 칼럼도 많이 쓰고 블로그에 많은 글을 쓰기도 했지만, 동화는 쉽게 쓰지 못해요. 저의 철학이나 제가 살아온 날들을 통해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어린이의 언어로 표현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게 동화의 매력인 거 같아요.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이야기. 단 몇 줄의 어렵지 않은 언어로도 어쩌면 대하소설 같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장르라고 할까요? 실제로 그림 동화책 한 권으로 죽음이나 생명 또는 사랑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 책들도 많거든요. !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고 좋은 책들이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읽는다면 고양이가 주인공인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일 따름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주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들. 아이들은 다들 자기 나름의 눈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결국 그런 책 읽기의 반복으로 단순 재미를 넘어선 의미를 찾게 된다고 볼 수 있죠. 아이들에게도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심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해줄 기회를 동화가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그림과 함께 하는 동화는 무한한 상상력의 창고 같은 곳이에요. 아이들은 스토리를 읽기도 하지만 그림을 읽기도 하죠. 다른 어떤 장르보다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출판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요. 전 그래서 아직도 그림이 좋은 동화책 읽기를 가장 즐깁니다.

 

▲     © 김철우

 

3. 갑자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셨던데 특별한 이유는?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죠.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가족 이민. 아마도 제 인생 어딘가에 아프리카가 숨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4학년 6학년이던 아이들을 남아공으로 잠시 연수를 보냈었는데 아이들에게 교통사고가 났어요. 4학년이던 작은 아이가 그 사고로 심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있었죠. 깊은 고민이 있었죠. 지구 땅끝 케이프타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들. 심한 장애가 남을지도 모르는 상황. 가족 모두 남아공으로 가야 할까, 작은 애의 재활 치료를 한국에 돌아와서 받게 할까. 그때 저는 대학원 공부 중이었고 많은 것을 놓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그런 상황에서는 역시 아이 중심이 되더군요. 심신장애가 남을지도 모르는 아이에게는 어쩌면 한국보다 남아공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획에 없었던 가족 모두의 남아공행을 결정하게 된 거였어요. 작은 아이가 치유되는 대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고 3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았는데 그게 결국 10년이 되고 말았죠.

작은 아이는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불편해진 몸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현지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천천히 그 힘든 과정을 극복해 나갔고 결국 몸도 마음도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완전한 치유가 힘들 거로 생각했는데 기적이 일어난 거죠. 힘든 시간을 잘 버티고 넘겨준 아이에게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4. 남아공에서 방송국 통신원, 여행 도서 출간,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인 안나 하우스운영 등 다양한 일을 하시다가 서울로 돌아오셨는데 남아공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요즘 남아공 정치 상황이 굉장히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아공은 사실 한마디로 딱 정리해서 말하기 참 복잡한 나라에요. 아시다시피 흑백 분리주의, 즉 아파르트헤이트 시기가 반세기 동안 지속하였던 나라이고 공식 언어만 해도 11개가 되는 나라에요. 그야말로 무지개 인종 무지개 문화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의 10년 경험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생활 10년 동안 <남아공에는 왜 갔어?>라는 책으로 부족하지만, 그 나라를 소개했었습니다. 남아공은 여전히 지도 속의 먼 나라, 심리적으로 아주 먼 곳입니다. 아프리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글과 야생동물이 어슬렁거리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 곳이었죠.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유럽, 모든 여행객의 마지막 종착역이라고 하는 남아공, 그야말로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어울린 나라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이 책임과 더불어 큰 보람이었죠. 어린이를 위한 <세계의 도시 케이프타운>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도 사소한 일상의 차이점이나 작고 큰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EBS, YTN의 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남아공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일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잡지에 남아공의 교육이나 생활 모습 등을 송고하는 일 역시 남아공에서 누렸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동화작가 자격으로 케이프타운 초등학교에서 한국 동화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쓴 동화와 전래동화를 영문으로 번역해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마치 달나라만큼 멀게 느껴지던 한국을 소개할 기회를 가지기도 했어요.

 

<안나 하우스> 운영을 하면서 세계에서 모인 많은 여행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역시 행운이었습니다. 한번은 케이프타운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서 중요한 계약 체결을 위한 행사를 안나하우스에서 한 적도 있었어요. 작지 않은 규모의 계약 건이었는데 한국식 만찬을 원한다고 해서 한국 전통 음식으로 만찬 준비를 했는데 그 반응이 생각 밖으로 좋았습니다. 그 덕은 아니었겠지만, 한국 업체가 유리한 계약을 하게 되었다고 치하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 전통음식으로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니 남아공 교민으로서는 큰 보람이었죠.

 

케이프타운 10년 생활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은 <케이프타운 국제 여성클럽>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서 모인 5백여 명의 여성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국적과 피부색과 나이를 떠나 여자라는 공통점만으로 마음을 여는 친구를 만들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경험과 기회를 가졌던 셈입니다. 소아 에이즈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 케이프타운의 곳곳을 탐험하는 모임, 책 읽기 모임, 각국의 전통 요리를 배우고 나누는 모임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그야말로 전 세계 문화와 사람들을 짧은 시간에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케이프타운 생활 에피소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10년 월드컵이었죠. 북한과 포르투갈 경기를 보러 가서 북한을 목청껏 응원하기도 했고, 10시간 가깝게 운전을 해서 빗속에서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를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두 경기 다 졌지만요. 남아공 월드컵 기념 <퀴즈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영광을 누려보기도 했고 그 인연으로 한국 티브이 <아침마당>에도 출연했었으니 남아공 월드컵은 여러 가지로 제게 기억에 남아요.

(2편으로 이어짐)


원본 기사 보기: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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