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기행]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2)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 4박 5일 동안 몽골 지방 2,300 km 누비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B)로 무사히 복귀해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기사입력 2015/07/24 [15:28]

[몽골 기행]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2)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 4박 5일 동안 몽골 지방 2,300 km 누비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B)로 무사히 복귀해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입력 : 2015/07/24 [15:28]

【UB(Mongolia)=Break News GW】
☞주(註)⇒몽골 캠퍼스 방학을 이용해 지난 7월 15일 수요일 아침에 4박 5일의 짧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섰던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지난 7월 19일 일요일 오후에 무사히 몽골 수도로 복귀했다.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의 고향 방문에 동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의 울란바토르(UB)⇒하르호린(Kharkhorin)⇒후브스굴(Khuvsgul)로 이어진 몽골 지방 방문 여정을 사진으로 싣는다.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 본 기자는 호르호그(Khorkhog=Xopxoг) 시식에 들어갔다. 호르호그(Khorkhog=Xopxoг)는 양고기와 당근, 감자, 양파, 마늘, 허브를 통에 넣고 달군 돌로 1시간 반 정도 푹 익혀 내놓는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이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호르호그(Khorkhog=Xopxoг)는 양고기와 당근, 감자, 양파, 마늘, 허브를 통에 넣고 달군 돌로 1시간 반 정도 푹 익혀 내놓는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본 기자는  일부러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래야 음식을 준비해 준 사람들에게 체면치레를 할 것 아닌가?

옛말에 이르기를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계집은 품어야 맛"이라고 했다.

본 기자는 옛말 그대로 양고기 갈비는 쭉쭉 뜯고, 양고기는 꼭꼭 씹어서 그야말로 맛있게 먹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호르호그(Khorkhog=Xopxoг) 시식에 나섰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한편, 본 기자의 호르호그(Khorkhog=Xopxoг) 시식 자리에는 오윤치메그 생활관장과 같은 아르항가이 출신인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가 자리를 같이 했다.

어디에서 배웠는지, 본 기자를, "형님"으로 줄기차게 불러 준,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는 그 뒤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까지 본 기자와 줄곧 동행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를 배경으로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와 같이 포즈를 취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는, 굳이 우리나라 유명 개그맨으로 치자면, 임하룡하고 최병서하고 배칠수를 섞어 놓은 유명 개그맨쯤 될 것이다.

왜냐. 본 기자가 보기에는, 생김새는 임하룡을 닮았고, 성대 모사는 최병서, 배칠수를 뺨 치는 수준이었으니까!
좌우지간, 입심 하나는 대단했다. 어디에다 내놔도 결코 입심에서는 밀릴 부류가 아니었다.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빈다.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호르호그(Khorkhog=Xopxoг) 시식이 마무리 되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은 타리아트(Tariat) 군(郡) 중심지에 있는 자기집에 들러 자고 온다면서 아침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숙소를 떠났다.

이에 본 기자는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와 숙소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몽골 지방 방문 둘째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몽골 지방 방문 셋째날.
본 기자는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를 떠나 후브스굴 아이마그 (Khuvsgul aimag=Хөвсгөл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무룬(Murun=Мөрөн)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오전 11시쯤, 타리아트(Tariat) 군(郡) 중심지에 있는 자기집에 들러 자고 온다며 숙소를 떠났던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이 숙소로 되돌아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숙소 주인 내외, 숙소 주변 상점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거의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들이었다. 타리아트(Tariat) 군(郡) 젊은이들이 모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들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성 싶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이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를 떠나기 전 타리아트(Tariat) 군(郡) 애제자들과 포즈를 취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으로 부임하기 전,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타리아트(Tariat) 군(郡)에서 러시아어 교사로 33년 간 재직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옛소련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으로서 소련 공산당대학을 졸업한 뒤, 몽골로 귀국해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3개군(郡) 군수를 지냈다고 한다. 오윤치메그 생활관장도 당연히 옛소련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이다.

요컨대, 본 기자의 시각으로 이 말을 정리하자면, "웬만한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 사람이면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을 안다"는 얘기이고, 좀 더 축약해 정리하자면,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 사람치고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가 된다.

본 기자의 판단은 맞았다. 본 기자가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를 떠나 후브스굴 아이마그 (Khuvsgul aimag=Хөвсгөл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무룬(Murun=Мөрөн)으로 가는 도중, 알트오치르(Alt-Ochir) 타리아트 군수(郡守)가 오윤치메그 생활관장 배웅을 나온 것이었다.

게다가, 알트오치르(Alt-Ochir) 타리아트 군수(郡守)는 빈손으로 배웅을 나온 게 아니었다. 신선한 말젖을 발효시킨 일명 아이라그(Айраг =Airag)라고 불리는 마유주(馬乳酒) 한 통을 선물로 들고 나왔다.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에서의 존재감이랄까, 위세가 그야말로 빛을 발(發)하는 순간이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이 배웅을 나온 알트오치르(Alt-Ochir) 타리아트 군수(郡守)와 몽골 초원에서 조우(遭遇)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테르힌 차간 노르(Terkhiin Tsagaan Nuur)를 떠난 본 기자는 이날 오후 늦게 후브스굴 아이마그 (Khuvsgul aimag=Хөвсгөл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무룬(Murun=Мөрөн)에 도착했다.

무룬(Murun=Мөрөн)에 살고 있는,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식구들과 같이 마중을 나왔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내린 비로 무룬(Murun)의 한 개울이 흙탕물로 변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말을 들으니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은 자신의 애제자로서 올해 6월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를 졸업하고 최근에 몽골로 금의환향한 재원(才媛=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이란다.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을 처음 만난 본 기자는 장난기가 발동해 첫인사를 러시아말로 던졌다. 도브리젠(Добрый день='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오후 인사)

"안녕하세요?" 라는 한국어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본 기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왜냐.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안녕하세요?"쯤은 웬만한 몽골인이라면 구사가 가능하니까.

상황이 이에 이름에 본 기자는 몽골어로 다시 물었다. "만나서 반갑다! 이름이 뭐지?"
그러자, 뜻밖에도 "제 이름은 아마르자르갈입니다"라는 정확한 한국어 대답이 튀어나왔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과 무룬(Murun)의 한 개울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그제서야 본 기자는 깜짝 놀랐다.
아니, 러시아 유학한 애가 언제 한국어를 배웠지?

본 기자는 몽골어로 다시 물었다. "너, 한국어 어디에서 배웠니?"
"러시아에서 3개월 동안 배웠어요!" 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본 기자는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집에 여장을 풀었다. 뾰족 지붕을 한 사각 창문이 달린 아담한 통나무 집이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집은 뾰족 지붕을 한 사각 창문이 달린 아담한 통나무 집이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문득, 피천득(皮千得) 선생(1910. 05. 29=음력 04. 21 ~ 2007. 05. 25)의 인연(因緣)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앞 내용 줄임) 뾰족 지붕에 뾰족 창문들이 있는 작은 집이었다. 이십여 년 전 내가 아사코에게 준 동화책 겉장에 있는 집도 이런 집이었다. "아, 예쁜 집! 우리 이 다음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 아사코의 어린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뒷 내용 줄임)"

본 기자는 혼잣말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야, 집 멋있는데!"

본 기자의 말을 귀담아들었던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한국어와 몽골어를 섞어 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 말친(Малчин) 아녜요! 모장(Мужаан)입니다!"

☞몽골어 말친(Малчин)⇒양치기←가축 치는 사람, 몽골어 모장(=Мужаан)⇒목수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우리 아버지는 양치기가 아니고 목수입니다!"이나,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이 통나무 집은 목수인 우리 아버지께서 손수 지으신 집이니 우리 아버지 솜씨 끝내주죠?"였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자신의 부모와 몽골 유명 개그맨 차피(Chapi=Чапи, 본명 우. 이흐바야르=U. Ikhbayar= Ө. Ихбаяр)를 카메라에 열심히 담고 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그래, 너네 아버지 솜씨 끝내준다!"는 대답을 해 주기는 했으나, 본 기자가 자신의 집을 보고 피천득(皮千得) 선생(1910. 05. 29=음력 04. 21 ~ 2007. 05. 25)의 인연(因緣)이라는 작품을 떠올렸음을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은 알 리가 없다. 나중에 얘기해 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
교과서에 실려 많은 사람이 읽은 아사코와의 이야기 ‘인연’부터,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로 시작하는 수필 등 약 80여 편의 수필이 수록되어 있다. 피천득의 아름답고 따뜻한 문체가 잘 드러나 있다.
수필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가벼워지고 있는 현시대에도, '인연'은 분야를 대표하는 서적으로 꿋꿋이 사랑받고 있다.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집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기 전 주변 산책에 나섰던, 본 기자는 몽골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한 무리의 양(羊)떼와 조우(遭遇)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몽골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한 무리의 양(羊)떼와 조우(遭遇)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우리나라 신석정(辛夕汀, 본명=辛錫正, 1907. 07. 07 ~ 1974. 07. 06) 시인의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라는 시 구절이 떠올랐다.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 길 솟는 옥수수 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 //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우리나라 신석정(辛夕汀, 본명=辛錫正, 1907. 07. 07 ~ 1974. 07. 06) 시인이 마치 몽골 초원에 생존해 있어 본 기자와 같이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몽골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한 무리의 양(羊)떼와 조우(遭遇)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저녁을 먹기 위해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 집으로 되돌아오니, 손님들이 와 있었다.

체체를레그 소재 초-중-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 중인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여사가 딸인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애제자인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과 함께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요컨대, 딸의 은사인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이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당연히 찾아 보는 게 도리라는 게 그 이유였다. 어머니인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여사는 체체를레그 소재 초-중-고등학교 교장, 딸인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은 러시아어 교사로 재직 중이란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을 찾아 온 두 명의 손님 중, 어머니인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여사는 체체를레그 소재 초-중-고등학교 교장, 딸인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은 러시아어 교사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더욱이 딸인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은 은사인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을 기쁘게 하고, 여흥을 돋우기 위해 악기를 들고 나타났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을 찾아 온 두 명의 손님 중, 어머니인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여사는 체체를레그 소재 초-중-고등학교 교장, 딸인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왼쪽)은 러시아어 교사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이 러시아어 선생임을 감안하여, 나란통갈라그(Narantungalag) 양이 러시아 민요를 연주하고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덧 현장은 그야말로 졸지에 러시아어 판이 됐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의 학사 학위 증서를 가지고 등장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졸업한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 배지가 학위 증서에 꽂혀 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본 기자는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인물이긴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1970년대쯤 시골 여고생이 미국 유학을 떠나 학위를 움켜 쥐고 귀국한 꼴 아닌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부모가 막내딸의 비범함을 일찍이 눈여겨 보았던 것일까? 고물가의 러시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막내딸의 학비 지원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몽골의 환율 폭등으로 몽골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현실임에야.

본 기자는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러시아 유학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부모와, 러시아어를 가르쳐 애제자로 길러낸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에게 진심으로 깍듯한 존경의 예를 표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 학사 학위증.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본 기자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가져온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의 학사 학위 증서를 살펴 보고 있는데, 이번엔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교장이 갑자기 나섰다.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교장은, 본 기자에게, 자신의 모교 교수님이시니 자기가 주는 술은 마셔야 한다며 본 기자에게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를 잔에 따라 극구 권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투무르추두르(Tumurchudur) 교장은 몽골인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출신이었다.

본 기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즉각, "몽골리야 쁘리끄라~스너여 스뜨라나!~~(몽골은 아름다운 나라예요!=Монголия - прекрасная страна!)"로 맞받은 뒤,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 잔을 단숨에 비우고, 모스크바의 밤(빠드모스코브니에 베체라=Подмосковные Вечера)이라는 노래로 즉각 화답했다.
몽골 지방 방문 셋째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몽골 지방 방문 넷째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고릴테이 슐을 만드려고 밀가루 반죽을 열심히 밀고 있었다. "아이고, 예쁘기도 해라!"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러시아국립경영대학교(State University of Management in Russia=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управления) 졸업생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아침 준비에 분주하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러시아어라는 언어 장벽을 넘어, 고물가의 외로운 러시아 생활을 이겨 내고, 마케팅 전공의 학위를 취득하고 당당하게 금의환향한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앞날에 부디 영광이 있기를 빈다.

바깥쪽에 있는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아버지 목공 작업실에서는, 근처에 살고 있는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오빠가 새벽 댓바람에 달려 와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이 울란바토르(UB)로 가지고 갈 타루바가(Taruvaga) 고기를 열심히 불에 그을려 손질하고 있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오빠가 타루바가(Taruvaga) 고기 손질에 나섰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오빠는 말 그대로 몽골 유목민이었다. 현재, 올해로 전체 인구 300만을 겨우 넘긴 몽골 인구 중 약 70만명 정도가 가축을 키우며 이동 생활을 하는 순수 의미의 유목민이다. 이 유목민들은 약 4,500만 마리에 달하는 5대 가축(소와 야크 7%, 말 6%, 양 44%, 염소 43%, 낙타 1%)과 더불어 살아간다. 이들에게 가축은 생활의 바탕이자 생명이다.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이 정성껏 차려내 온 고릴테이 슐을 맛있게 든 본 기자는 베. 아마르자르갈(B. Amarjargal=Б. Амаржаргал) 양의 집을 나서 다시 길을 떠났다.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이흐 타미르(Ikh Tamir) 군(郡)의 통갈라그 타미르 투어리스트 캠프(Tungalag Tamir Tourists Camp)를 지나,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에서 하룻밤 묵은 뒤, 울란바토르로 복귀하기 위해서였다.

후브스굴 아이마그 (Khuvsgul aimag=Хөвсгөл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무룬(Murun=Мөрөн)을 벗어나, 몽골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일명 자궁(子宮) 나무가 있는 곳으로 찾아 들어갔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몽골 지방 방문에 나선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일명 자궁(子宮) 나무 속으로 들어가 포즈를 취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자궁(子宮)이 모든 인간들의 원초적 요람이니 자궁(子宮) 나무가 몽골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자리매김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궁(子宮) 나무를 둘러 본 본 기자는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이흐 타미르(Ikh Tamir) 군(郡)의 통갈라그 타미르 투어리스트 캠프(Tungalag Tamir Tourists Camp)를 지나,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에 있는 바트오윤(Bat-Oyun) 여사의 집에 여장을 풀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찰나,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의 선배가 된다는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가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 한 병을 들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본 기자와 첫인사를 나눈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는 "나는 100여명의 남성들과 같이 근무해 본 경험이 있어서 남자들을 잘 안다"더니, 자기 딸이 졸업한 대학(딸이 몽골인문대 중국어학과를 졸업) 교수님이시니 자기가 주는 술은 마셔야 한다며 극구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를 권하는 것이었다.

다시 또 술판이 벌어졌다. 아이고, 이 놈의 술판은 도대체 언제쯤 끝나나!
오트곤(O
tgon=Отгон) 여사의 입담은 눈부셨다. "외국어가 필요 없을 경우가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 사랑(서로 눈이 맞을 때)! 둘째, 스포츠 경기! 셋째, 음식! 이 세 경우에는 외국어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얘기였다. 듣자 하니 그럴 듯 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오른쪽부터)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와 바트오윤(Bat-Oyun) 여사가 환담에 나섰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의 발언은 품위가 있었고, 왠지 자신감이 넘쳤다. 본 기자가 마구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 자신은 지방 세무서 간부 출신이었고,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의 남편은 경찰 간부 출신으로서, 그 지방 유지였다.

요컨대, 환갑이 가까운 나이의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와의 대작(對酌=마주 대하고 술을 마심=대음=對飮)에서 본 기자는 무조건 꼬리를 내렸다. 마실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의 얘기가 그야말로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몽골 지방 방문 넷째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몽골 지방 방문 다섯째날이자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전날 밤, 자기 집으로 돌아갔던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가 새벽 댓바람에 배웅을 위해 되돌아왔다.


반시테이 슐을 아침으로 들고 울란바토르(UB)로 복귀하려고 길을 나서자니,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가 자기 차로 앞장을 서서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 경계가 끝나는 부분까지 바트오윤(Bat-Oyun) 여사 내외와 함께 배웅에 나서는 것이었다.

마치, 서울로 과거 보러 떠나는 일가 친척 무운장구를 비는 듯한 분위기였다.
바트오윤(Bat-Oyun) 여사와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는 "강 교수의 울란바토르로의 무사 복귀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아르히(Arkhi=몽골 보드카)를 잔에 부어 극구 권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침부터 또야?"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오른쪽부터)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 바트오윤(Bat-Oyun) 여사 내외가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 경계가 끝나는 부분까지 나와 배웅에 나섰다. 맨 왼쪽이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아이고, 그 놈의 잔은 크기도 컸다. 하지만, 본 기자는 감사한 마음으로 잔을 깨끗이 비웠다.
"아아, 한량없이 자비하심 측량할 길 없는 바트오윤(Bat-Oyun) 여사와 오트곤(Otgon=Отгон) 여사여!"

본 기자의 가슴에는 우리나라 유행가 노랫말이 물결쳤다.
"대장군 잘 있거라 다시 보마 고향 산천 / 과거 보러  한양 천리  떠나가는 나그네에 / 내 낭군 알성 급제  천 번 만 번 빌고 빌며 / 청노새 안장 위에 실어 주던  아아아아 엽전 열 닷 냥" 우리는 그렇게 작별을 했다.

아르항가이 아이마그 (Arkhangai aimag=Архангай аймаг)의 도청 소재지 체체를레그(Tsetserleg=Цэцэрлэг)를 떠난 지프 차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B)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B)로 오는 도중에 오윤치메그 생활관장은 차에서 내려 길가 노점에서 신선한 말젖을 발효시킨 일명 아이라그(Айраг =Airag)라고 불리는 마유주(馬乳酒)를 몇 통 샀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에르. 오윤치메그(R. Oyunchimeg=Р. Оюунчимэг) 몽골인문대학교(UHM) 생활관장과 조카 푸레브수렌(Пүрэвсүрэн) 양이신선한 말젖을 발효시킨 일명 아이라그(Айраг =Airag)라고 불리는 마유주(馬乳酒) 구매에 나섰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젖내와 신맛이 어우러진 발효주인 이 마유주(馬乳酒)는 몸의 열(熱)을 내리는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몽골 초원을 둘러 보았다. 길 잃은 개가 초원을 떠돌고 있었다.
"어쩌면, 네 팔자가 상팔자일는지도 모르겠다." 본 기자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자유분방한 몽골 초원에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B)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노천명(盧天命, 본명은 기선=基善, 1911년 9월 1일 ~ 1957년 6월 16일) 시인은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라는 시(詩)를 썼던 것일까?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 삽살개는 달을 짖고 /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한편으로는,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의 울란바토르(UB)라고 해도 돌아갈 보금자리가 있다는 있다는 게 그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도 들긴 했다.

울란바토르로 들어서니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울란바토르(UB)에서 하르호린(Kharkhorin)을 넘어 후브스굴(Khuvsgul)까지. 닷새 만에 되돌아 온 울란바토르(UB) 시내에는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본 기자가 울란바토르(UB)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6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4박 5일 동안 지프 차는 모두 2,300km를 달린 셈이다. 그야말로 끔찍한 거리의 축적이다.

서둘러 보금자리로 돌아가 따뜻한 물로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한국 식당으로 나가 따뜻한 밥을 먹었다.
몽골에 오늘도 지구는 돌고, 세월은 하염없이 흐르고, 본 기자는 엄연히 몽골 한 복판에 존재하고 있었다.

☞뱀발⇒지방에 나가면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정이 그리 양호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계속 이동하는 상황이다 보니 기사를 작성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게 불가능했다.

몽골 수도로 귀환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해 누리편지(이메일)를 살폈다.
몽골 국내는 물론, 서울집, 지구촌 각국에서 본 기자를 찾는 메일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왜냐. 본 기자가 몽골 지방 방문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심지어 식구들한테조차도) 부쳤으니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오두방정을 떨면 될 일도 아니 되는 법! 요컨대, 초란이(하회 별신굿에 나오는 인물로서, 가볍고 방정 맞은 성격을 가진 하인) 입 방정을 떨면 산통 다 깨진다.

몽골 울란바토르 귀환 이후 첫 번째로 김명기 몽골한인회 고문이 전화로 안부를 물어 왔다.
"강 교수, 유라시아 친선 특급 열차 몽골 도착 환영식에도 안 보이고,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 개보수사업 착공식에도 안 보이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가 용건이었다.

 

본 기자는 "지방에 다녀왔다"고 전제하고, "유라시아 친선 특급 열차 몽골 도착 환영식과 이태준 선생 기념 공원 개보수 사업 착공식 내용은 제 목소리로 곧 KBS 라디오로 송출될 것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고 정중히 알렸다.

하지만, 본 기자가 몽골 울란바토르를 비운 기간은 고작 5일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라면, 앞으로 본 기자가 어디로 몰래 도망(?)가기는 아예 글렀다.
그야말로 피곤하고 고달픈 인생이라고나 할까?

박승우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교육 담당 서기관이 두 번째로 전화를 걸어 왔다.
8월 중순 베트남 하노이 부임을 앞두고 있는 박 서기관은 "전화 통화가 안 되던데 어디 다녀왔느냐?"며, "몽골을 뜨기 전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 점심을 같이 하자"는 안부를 전해 왔다. 환율 폭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몽골 상황이지만 왠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Reported by Alex E. KANG, who is a Korean Correspondent to Mongolia certified by the MFA(=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Mongolia, led by Minister L. Purevsuren).     © Alex E. KANG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alex1210@e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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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us, Altius, Fortius (Faster, Higher, Stronger)
<편집자주> 국제 회의 동시 통역사인 알렉스 강 기자는 한-몽골 수교 초창기에 몽골에 입국했으며, 현재 몽골인문대학교(UHM) 한국학과 교수로서 몽골 현지 대학 강단에서 한-몽골 관계 증진의 주역이 될 몽골 꿈나무들을 길러내는 한편, KBS 라디오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으로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촌에 몽골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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