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으로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최태귀 악기명장

김철우 | 기사입력 2017/11/20 [01:37]

국악으로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최태귀 악기명장

김철우 | 입력 : 2017/11/20 [01:37]

 [브레이크뉴스강원] 김철우 기자 = 전통현악기연구원에서 공명(共鳴) 최태귀 악기명장을 만났다. 전통 현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아쟁을 비롯하여 개량 악기나 사라져 가는 악기도 사명감으로 복제작업도 한다는 최 명장은 오로지 국악기 제작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 전통현악기연구원 공명(共鳴) 최태귀 악기 명장    ©김철우

최태귀 명장이 전통 현악기 제조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7, 18세부터였다. 중요문형 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보유자인 김광주 선생 문하생으로, 선생이자 고모부였던 김광주 선생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만, 대패를 쥔 악기 제조공에 대한 당시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는 것은 오롯이 최 명장 본인의 몫이었다.

 

무형문화재 김광주 선생의 문하생

 

고모부가 많이 아끼기도 했지만, 본인 역시 한눈을 팔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 벌써 40년을 훌쩍 넘었다. 그동안 악기명장이란 칭호도 받았고 전통명장, 명인 호칭도 들었으며,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부터 20178월에 마에스트로 명장이란 칭호도 받았지만 악기장이란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최 명장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통 악기를 만들고 있지만 만들수록 힘들다고 한다. 특히 전통 악기는 연주자와의 성격이 잘 맞아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연주자와 만나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강한 성격의 연주자라면 강한 나무를 써야 한다고 최 명장은 말한다. 그러니 전통 악기는 단순히 악기장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악기장, 연주자와의 합일(合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문고, 가야금, 아쟁 등 전통 악기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무는 역시 오동나무다. 악기의 앞판은 대부분 오동나무를 쓰는데 오동나무는 좀이나 벌레에 강하고, 습도 조절이 잘 되어 예부터 거문고, 가야금뿐만 아니라 장롱, 한약방 약재함, 문서 보관함 등에 쓰였다.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뒤틀림이 적고, 표면이 부드러운 편이다. 또한, 건조속도가 빨라 재료공급에도 유리하다. 표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검게 변하는데 이런 외관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로 겉을 검게 그을리는 낙동법을 이용한다. 하나의 오동나무에서 수십 가지의 나무가 나오고 그에 따라 소리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뒤판은 악기에 따라 오동나무와 궁합이 좋은 밤나무, 소나무 등을 쓰는데 반드시 전통 기법으로 제작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

▲     ©김철우

 

좋은 재료로 쓰이는 오동나무

 

특별히 좋은 나무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우선 벼락 맞은 오동나무다. 벼락으로 인해 급속히 자연건조과정을 거친 나무로 일반 오동나무와는 다른 소리를 낸다. 벼락 맞은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로 유명한 것이 바로 옥동금(玉洞琴)이다. 현재 안산시 성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옥동금은 18세기 거문고의 구조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당시 실학자 성호 이익의 넷째 형인 옥동 이서가 금강산 만폭동의 벼락 맞은 오동나무로 거문고를 만들고, 뒤판에 시를 지어 새긴 것으로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두 번째는 돌 틈에서 자란 오동나무인 석상(石上) 오동나무도 최상급으로 친다. 나무 질이 무른 일반 오동나무와 달리 석상 오동나무는 촘촘하고 단단해 강하면서 깊고 맑은소리를 낸다. 보통 석상 오동나무를 베면 5년 동안 비바람 속에 말린 후에야 비로소 거문고의 재료로 쓴다고 한다  

세 번째는 수변 오동나무. 물속에서 자라 잔잔한 성질이 있고, 물결 흐르는 듯한 깨끗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나무의 기운에 따라 악기 제작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악기를 만드는 본인 역시 금기시하는 것들은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스스로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임을 알아 닭, 개고기, , 지네 등을 먹지 않고 심지어 자극적인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나무의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빠지지 않고 의식도 치르고, 나무가 들어오는 날은 목신(木神)을 위한 인사도 반드시 드린다고 한다. 3~5개월이나 걸리는 악기 제작기간 동안 다치지 않고, 나무가 상하지 않으며, 좋은 소리를 만들어 달라는 기원의 의미일 것이다. 악기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악기제작은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일

 

그렇게 만든 악기에 대구와 전주 등에서 생산한 명주실을 걸어 소리를 들었을 때야 비로소 노력에 대한 마지막 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연주자의 실력에 따라 악기의 수준도 함께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전통 악기 가운데 거문고의 음()을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는 최 명장은 그래서 연주자와 자주 대화하며 소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낀다며, 유일하게 전 세계에서 비슷한 악기가 없다는 점에서 까다롭지만, 연구 자체를 즐긴다고 말한다.

 

악기를 살 형편이 안되는 학생들을 위해 기증한 악기만 해도 300여 대나 된다는 최 명장은 상해 박물관이나 LA문화원, 워싱턴 기념관, 도쿄 박물관 등에도 기증한 바 있고, 독거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돕기 자선행사를 통해서도 악기 100여 대를 기증했다고 한다. 기증과 봉사를 통해 우리 전통 악기와 문화가 퍼질 수 있으니 앞으로도 좋은 행사가 있으면 기증하겠다면서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전통 악기를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명품악기를 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전통악기 가운데 거문고는 남성을, 가야금은 여성을 상징하므로 가정의 화목을 위해 한 쌍을 진열장에 넣어 집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     © 김철우

 

국악으로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한 청소년 가난 구제 복지정책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빈민가 아이들에게 서양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음악을 가르쳐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면 우리나라는 국악기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국악을 가르쳐 스스로 자긍심을 키워나가게 하면 어떨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최 명장은 자신의 악기를 기증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악기장들을 설득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은 비록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최 명장의 호 공명(共鳴)처럼 그의 의견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같은 울림을 낼 수 있다면 우리만의 훌륭한 청소년 구제 복지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계간 사람들><누리달 봉사단>이 함께 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전통현악기연구원: http://gugak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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