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레고랜드의 운명 쥔 문화재원회

개발과 보존의 상생 과연 가능할까?

노장서 발행인 | 기사입력 2014/08/26 [22:53]

춘천 레고랜드의 운명 쥔 문화재원회

개발과 보존의 상생 과연 가능할까?

노장서 발행인 | 입력 : 2014/08/26 [22:53]

강원도와 춘천시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지에 대규모의 선사유적이 발견되면서 사업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춘천 중도에 조성되는「레고랜드 코리아」는 중도동 일원 1,291천㎡에 자본금 1,500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5,011억원을 들여, 주요시설인 레고랜드 테마파크(2016년 7월 완공)와 상가 및 역사박물관(2018년 완공)을 건립하고, 그 외 레고 호텔, 워터파크, 명품 아울렛, 콘도미니엄, 스파 빌리지 등 주변 관광시설도 전문사업자를 유치하여 2018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 춘천 중고에 조성될 레고랜드 조감도     ©강원도청 제공

 
이 사업은 강원도와 국내외 투자사가 참여하는 합작사업이다. 강원도는 2013년 10월 28일 국내출자사인 현대건설(주), 한국투자증권(주), (주)와이제이브릭스, (주)엘티피코리아, (주)서브원과 「레고랜드 코리아 건립사업 컨소시엄 본 협약서」를 체결하였으며, 다음날인 2013년 10월 29일에는 레고랜드 개발사인 영국 멀린社와 「레고랜드 코리아」개발 본 협약을 체결하였다.
 
춘천 중도에 조성되는 「레고랜드 코리아」의 외국투자자인 영국의 멀린社(Merlin Entertainments)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운영사로서 영국 1개소, 덴마크 1개소, 독일 1개소, 미국 2개소, 말레이시아 에 1개소 등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6개소의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멀린社는 유럽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레고랜드 테마파크 이외에도 마담투쏘 등 전세계에 100개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 중이다. 2013년도에 총매출 12억 파운드(약 2조원)와 세후순이익 1억 6200만 파운드(약 2,740억원)을 기록하였다. 멀린社는 영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자본시장가치(Market Cap)는 금년 8월 22일 현재 34억1,835만 파운드(약 5조 7,810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24일 제1차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열고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부지를 개별형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레고랜드코리아는 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관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토지 무상임대 및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되어있다.
 

그런데 ‘중도 레고랜드 조성계획 부지’ 내 1차 발굴조사(면적: 203,127㎡)에서, ▲ 고인돌(支石墓) 101기 ▲ 집터 917기 ▲ 구덩이(竪穴) 355기 ▲ 바닥 높은 집터 9기(高床式 건물지) ▲ 긴 도랑(溝狀遺構) 등 대규모의 청동기 시대 유구가 확인되어, 레고랜드 건설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도 선사유적 발굴 현장 설명회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 14조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은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굴허가를 받은 자에게 그 발굴된 매장문화재에 대하여 원형 보존 또는 이전 복원의 조치를 지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개발사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법조문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원형보존이냐 이전복원이냐의 결정이다. 대규모 개발을 시행하는 시행자의 입장에서는 원형보존의 경우 개발 이익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매장문화재를 이전하여 복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8월 22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결론 못내
 
8월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2014년도 제 8차 매장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심의안건 중 하나로 상정된 춘천 중도 레고랜드 발굴 유구의 보존 방안에 대해 참석 문화재위원들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달 열릴 제 9차 회의에서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업시행자인 엘엘개발측은 청동기시대 문화재의 핵심인 고인돌(지석묘)의 경우, 조사 완료 후 전면 복토하는 방안과 기존문화재 보존지역 또는 새로 신설되는 박물관으로 이전해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환호(環濠)의 경우, 레고(블록)로 복원한 뒤 레고랜드와 연계해 어린이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테마파크내(가칭 미니랜드) 일정부분에 중도지역 발굴문화재와 청동기시대 조상들의 생활모습 등을 재현하여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민일보의 보도(8월 23일자)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심정보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행사측의 문화재 보존방안에 대해 “문화재 보존방안은 없고, 레고랜드 사업시행을 위한 계획만을 제출했다”며 “엘엘개발이 마련한 방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게 위원회의 입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입회한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화재위원들은 중도 선사유적의 보존과 레고랜드 개발의 상생이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하고, 상생방안에 대해서는 매장문화재분과 소속 문화재위원들과 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방안을 만들어 다음 달 열리는 9차 회의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회의결과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결정함으로써 사업자와 소위원회가 상호 협의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보존과 개발 상생방안 찾기
 
 
문화재청이 공개한 2014년도 제7차 매장문화재분과 회의록(회의일: 7월 18일)에는 유적 보존방안 6건을 포함하여 모두 16건의 심의사항이 공개되고 있다. 유적 보존방안 6건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도유적지 처리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경우의 수란 원형보존, 성토보존, 이전복원, 재심의 등이다.
 

7차 매장문화재분과 회의에서 심의된 유적보존방안 6건 중 "동함평산업단지 조성부지내 유적보존 방안 재심의" 건이 관심을 끈다. 발굴대상지의 면적(69,396㎡)도 크고 발굴유구도 청동기시대~통일신라시대의 주거지, 석관묘, 수혈, 석실묘, 환호 등으로 중도 발굴지의 유구와 비슷하다.
 

이 유적에 대해서는 6월 20일 문화재위원회(매장문화재분과) 6차회의에 앞서 열린 관계전문가 검토회의(6월 4일)와 매장문화재 평가회의서 이전복원이라는 소극적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문화재위원회 6차회의에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으며, 7월 7일 문화재위원의 현지조사와 매장문화재 평가회의에서는 지난번 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현지보존 의견이 제시되었다. 7월 18일 개최된 제7차 문화재위원회 재심의에서 매장문화재 평가회의의 현지보존 의견과 사업시행자인 함평군의 이전복원 의견이 맞선 끝에 심의를 보류하고, 또 다시 현지조사후 재검토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8월 22일 열린 제 8차 문화재위원회(매장문화재분과)의 재심의에서도 결론을 못낸 채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부지 유적 처리방안도 동함평산업단지와 같은 과정을 겪게 될까?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춘천 레고랜드 유적의 보존문제와 동함평산업단지 유적의 보존문제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함평산업단지는 훼손 등으로 보존이 어려운 반면 춘천 레고랜드의 유적은 복토(흙을 쌓는 것) 등을 통해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정보 매장문화재분과 위원장도 수차례 확인했듯이 ‘보존과 개발의 상생’ 원칙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문화재위원들의 기본적인 방침은 지석묘와 환호의 보존을 통한 활용방안에 맞추어져 있으며, 문화재위원들은 사업시행자인 엘엘개발이 제출한 보존방안이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 보다 세부적인 보존과 활용방안의 제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8월 22일 회의에서 춘천 레고랜드 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소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도 적절한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며, 문화재위원 3인을 포함 문화재 활용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소위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세부적인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되는 개발사업인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투자자들에게는 물론 어린이를 가진 많은 부모들에게도 매력적인 프로젝트이다. 동시에 사업부지의 땅 밑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선사유적지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시간여행을 온 듯 매혹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최적의 보존방안이란 현재의 매력과 과거의 매혹이 하나로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리라. 그런 보존방안의 마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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