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는 지고 갈 길이 멀다면 일찍 길을 떠났어야지

강대업 기자 | 기사입력 2016/11/09 [11:39]

[시론] 해는 지고 갈 길이 멀다면 일찍 길을 떠났어야지

강대업 기자 | 입력 : 2016/11/09 [11:39]
▲ 브레이크뉴스강원 편집인 강대업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한 20만 명의 시민이 외친 목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학 교수들이 해마다 선정하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난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나라가 어지럽고 그로 인해 마땅히 행하여야할 도리가 무너진 사회를 빗댄 ‘혼용무도(昏庸無道)’가 2015년말 선정돼 지금까지 그 형국이 지속돼 오고 있다.

 

그 동안 워낙 저질러놓은 작폐가 많아 검찰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지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방위적인 국정농단에 비선실세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또한 이를 묵인 또는 방조한 대통령의 측근들 그리고 여당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그 정점에서 모든 것을 알고 지시했다는 증언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참을 수 없는 박탈감에 추운 날씨에도 광장으로 몰려나와 정당한 분노의 의사를 표출하고 있는데 아직도 구중궁궐의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서도 보았듯이 여전한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국정의 최고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는 개인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고 국권을 수호하는 엄정함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냐고 묻자 가장 큰 이유가 원칙을 지킬 사람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런데 지금 그 기대가 너무도 크게 무너진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홍보전략에 의한 허상이었는지 아니면 원래는 그렇지 않는데 변질된 것인지는 투표하고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임기 내 있었던 크고 작은 일을 되짚어 보면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복리를 위한 일을 추구하는 기본적인 일도 해왔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너무도 많은 실책들이 이어져왔다.

 

메르스사태와 삼성의료원, 집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위헌으로 결정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국정원 선거개입사건, 사드배치 졸속 추진과 국론 분열, 노동입법 강행을 통한 갈등과 생존권 문제, 세월호 사태의 대응과 처리, 줄줄이 터지는 대기업 특혜 의혹, 백남기 농민 사건 처리 과정 등 약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하고 권력과 유착된 특정 세력에 주는 특혜 등에 관해 제대로 진실이 규명된 것이 없다. 실세들이 청문회나 국감에서 증언을 거부해 왔고 검찰은 눈치를 보느라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어린 중학생들까지 집회에 나서고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에도 보듯이 이것이 나라인지 이권을 위해 피보다 진하게 엮인 마피아 패밀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최순실 게이트는 누누이 경고했듯이 필연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밝혀내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검찰이 그만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또 체질상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명박 정권 BBK 수사부터 이어져 온 면죄부 가이드 라인 수사, 최순실 늑장수사,  우병우 황제수사 논란으로 크게 신뢰를 잃은 검찰이다.

 

여러 가지 정황과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권력의 향배를 저울질하다 결정적 증거확보의 기회를 놓친 것인지 적당한 선에서 책임을 면하려고 처음부터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준 것인지 국민은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 와서 적용할 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뜬금없이 검찰 관계자 하는 말이 ‘해는 지고 갈길은 멀다’ 하는데 그럼 해가 짧은 급박한 시국인 줄도 모르고 있었는가? 아니면 알지만 누가 뭐라든 내 살 길을 도모하겠다는 건지 뉘앙스가 묘하다.

 

알았다면 당연히 해뜨기 전에 서둘러 채비하고 길을 떠났어야지. 그것이 국가의 준엄한 법을 집행하는 공복이요 책임을 맡은 이의 마음자세가 아닌가? 국민들은 이제 계산적인 정치적 수사(修辭)에 식상한 나머지 상식과 순리에 입각한 명쾌한 수사과정과 그 결과물을 원하고 있다.

 

어느 야당 의원이 경고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이 달려 있다. 바른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향해 칼을 겨누지 말고 무딘 칼날을 갈아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잘라내고 혁신의 도구로 거듭나는 것이 검찰이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결단인 것이다.

 

국정 지지도가 5%로 추락했다는 것은 오차 범위를 허용하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정권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권력이 뭐 그렇게 목숨을 걸만한 대단한 것인가? 이번 사태로 많은 이들이 집착했던 그 권력의 실체가 허상임이 드러났다, 집요한 집착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진실한 모습으로 밝힐 것읋 밝히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백성의 사랑을 받는 것이 더 행복한 선택일 수도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이 나라에는 백성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함께 이루어가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참된 위민이 무엇인지 수없이 고민하고 일해 온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았다. 지금도 얼마든지 경륜을 갖춘 인재들이 있다. 드러난 이들도 있고 숨은 선비들도 찾으면 있다.

 

밝히면 밝힐수록 드러나는 이 정권의 실정을 어쩔 것인가? 자리 보전만 할 줄 알지 대통령께 국민의 아픈 마음을 충심으로 전해줄 사람은 없는 것인가? 순리를 따라 국정은 이제 그만한 능력을 갖춘 분들에게 맡기고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사람만 바뀐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차제에 정권에 빌붙어 백성들의 고혈을 빠는 세력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는 발붙이지 못하게 근간을 개혁해야 하겠다.

 

오는 주말에 광장 집회가 다시 이어진다고 하는데 마음으로 바라고 당부하고자 하는 말을 덧붙인다. 정당한 분노도 절제하지 않으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뜻으로 왜곡되기 십상이다. 작은 촛불이 제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 하나하나의 촛불이 되자. 그리고 끝까지 평화적인 방법으로 숭고한 뜻을 펼침으로써 선열들이 지켜온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전통, 자손만대에 유업으로 물려줄 온전한 민주국가를 국민들의 간절함으로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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